A : I. 확정된 미래: 미래 학습
1. 아포칼립스
매 10년이 지날 때마다 사람들은 과거 진정으로 상상했던 미친 미래가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도 그랬고, 2010년에도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2020년이 왔다. 2020년은 진정 인류가 바라던 미친 미래일까?
매해 수많은 동시대 작가들은 과거의 작가들이 현시대를 배경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반추하며 동시대를 평가한다. 1984년,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부터 계속되어 온 상상과 현실의 비교는 이제 고리타분한 소재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린 여전히 아포칼립스에 열광하고 더 미친 미래가 오기를 갈망한다.
이와 같은 허무주의와 낙관을 태어나기 전부터 경험해 온 세대인 나는 나의 삶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공상인지 현실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태어나고 3년 뒤 세계는 멸망한다 했으며, 몇 년 뒤 역병이 돌았고, 몇 년 뒤 종교적 살인사건이 셀 수 없이 일어났으며, 몇 년 뒤 거시적 중첩상태가 관찰되었고, 일 년 뒤 다시 세계는 멸망할 것이라 했다. 자동으로 끈을 조이는 운동화가 나왔으며, 화성에 물이 있음을 발견했고, 블랙홀을 발견했으며 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 했다. 전 인류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텔레파시를 현실화했고, 두 차례의 역병이 돌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산소를 팔기 시작했으며, 방독면을 쓰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고, 전 인류의 통합 기록 양식이 완성되었으며, 전자담배가 만들어졌다.
2020년 4월, 역병이 돌아 사람들은 아침마다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고 있으며, 트로트가 유행하고, 커피나 달걀을 400번씩 저어서 먹는 유행이 돌았으며, 초대형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발견했고, 국내 모든 학교가 화상 강의를 시작했다.
2020년은 우리가 상상하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겁나 미친’ 방식으로 앞으로의 202x 년을 개장했다. 2n 년간 매해 마주해 온 이 미친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허무는 이제 흥미롭지 않고 진력나는 것이 되었다.
원래 미래는 이렇게 진력나는 것일까? 2010년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그때도 이렇게 반복되는 새로움에 질려있었나? 당시 나는 중학생으로 아직 미술을 시작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내가 다니는 학교와 함께 인생이 망해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일 년 전에는 영화 <아바타>(2009)가 개봉하여 신문명이 다가온 척했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2012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소문이 돌며, 영화 <2012>(2009)가 개봉했다.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막을 내리고 있었으며, 노스페이스가 한국을 덮쳤다. 그렇다. 노스페이스가 한국을 덮쳤다. 노스페이스. 인류는 어떻게 하면 더 미래 같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지를 매해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10년이 시작할 때, 인류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꿈꾸던 미래와 유사한 삶을 살 수 있을까?’로 부푼 기대를 어떻게든 해소하려 발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미래를 만들고 미래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새로운 기대에 대한 새로운 기대에 질렸다.
2. 전자담배
동시대 가장 미래주의적인 산물을 말하라 하면 난 전자담배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전자담배는 과거 인류가 절대 상상도 못했을 물건임이 틀림없다. 불이 붙지 않는 담배, 전기를 필요로 하는 담배. 전자담배는 날아다니는 보드나 저절로 끈을 묶는 운동화와 같은 결로 볼 수 있다. 쓸모없는데, 있으면 신기할 것 같은 물건, 게다가 전기가 들어가는, 그것이 바로 미래주의가 아닌가 싶다. 개발되고 있는 전자담배들의 형태도 매우 미래지향적으로 디자인되고 있으며, 색상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를 연상시키는 색상을 선택하고 있다. 진정한 미래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온 것은 과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물건인 전자담배이다.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과거 상상해 온 미래주의적 산물들 가운데 실현된 것들은 대부분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아직 보급되려면 한참 멀었거나, 보급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우리가 상상한 적도 없기에 현재 모두가 소유할 수 있다. 여의도에서 점심시간 골목마다 옹기종기 모여서 황사용 마스크와 방진 마스크를 내려쓰고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과연 이 모습을 과거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미친 미래의 모습이 아닌가.
전자담배가 가장 미래주의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확정되지 않은 미래만이 진정한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3. 아포칼립스 세대의 직장인
누구도 21세기가 멸망과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시대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19세기부터 쌓아온 21세기에 대한 환상은 이미 21세기가 되기도 전에 넘쳐흘렀다. 그리고 그 넘쳐흐르는 기대와 허무 속에서 자라 온 우리는 21세기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여의도에서 점심시간 골목마다 옹기종기 모여서 황사용 마스크와 방진 마스크를 내려쓰고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은 동시대를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려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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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것에 질린 현시대의 직장인들은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잘 살고는 있는 걸까? 그들은 의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더는 자신의 삶을 관철하기 위한 발버둥도 필요 없다. 그러나 자연에서 체화된, 살아남기 위해 의욕이 필요하다는, 본능은 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모순에 빠지게 만든다. 그렇게 더 지치게 만든다. 그들이 의욕이 필요 없는 삶을 살게 된 이유는, 그들이 미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래는 수많은 선대에 의해 확정되고 굳어졌고, 더는 굳이 그걸 바꿀 필요도 없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지속해서 확정된 미래를 학습해 왔다. 확정된 미래에 빠져 질리고 만 것은 아닐까?
당연하게 미래를 살고 있고, 미래가 다가온 것에도 큰 호응이 없으며 진짜 미래의 등장은 느끼지도 못한다. 역병이 돌아도 역병은 역병이며 자신의 일상은 자신의 일상이다. 어쩌면 아포칼립스 세대의 직장인만큼 사회와 결별한 입장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4. 직장인 A와의 대화
A는 20살에 공기업에 취직했고 2년을 근무했다. A의 삶의 목표는 결혼하고 자녀 교육을 잘 마친 뒤, 늙어서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이라 했다. A는 인생의
목표는 있으나, 현재 자신의 삶에 의욕이 결여되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는 회사를 옮길 생각도 있다. 이를 위해 자격증도 모으고 있으며, 어학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A는 무언가를 계속해나가고 있으나, 여전히 삶에 의욕 없음을 느낀다. A는 무기력함이라도 없애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새로운 취미 거리를 찾는다거나, 메이플스토리를 한다거나,
독서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A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취미는 삶에 목적성을 부여해 주지 못한다. 단지
삶을 잠시 잊게 해주는 행동일 뿐이다. A의 삶의 목표는 사실상 현재 하는 일만 꾸준히 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목표이다. 어쩌면 이미 목표를 이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A에게 삶의 의욕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화된 삶의
의욕은 A에게 여전히 본능으로 남아있다. 반면 실상은 이미 확정된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A에게 의욕은 필요한 본능이 아니다. 본능과 현실의 격차에 A는
자신을 의욕 없는 사람이라 칭하고 우울해하고 있다.
5. 아포칼립스 세대(묵시록의 세대)란
묵시록의 내용을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세대로 정의한다. 과거 사람들이 상상으로 만든 미래 속에 살고
있으며, 재앙에 무덤덤해지고 확정된 미래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감증에 시달리는 세대. (여기에서 아포칼립스는 진짜 묵시록과 계시록뿐만 아니라 과거 모든 종류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의미한다.)
6. 확정된 미래
우리는 확정된 미래 속에 살고 있다. 확정된 미래는 우리에게 자동적인 움직임과 자동적인 생산을 제시한다. 동시대 다수의 인류는 그 제시에 순응하고 있다. 대중과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에 질려버린다거나, 직장인이 어떻게 1년이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이 흐른다고 말한다거나 하는 것은 확정된 미래를 살아가고 있음을 간혹 인식하는 순간에 해당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은 정해져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미술 활동 또한 동시대의 흐름에서 알맞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생산해내는 활동이다. 우리는 미래를 태교를 받을 때부터 교육받아 왔고, 미래는 좀 더 확정된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것을 자동화하려 한다. 그 와중에 정말 뜬금없는 진화, 전자담배나 삼각김밥 맛 젤리와 같은 것만이 지금 우리가 미래에 정복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2020. 6. 15.
A : II. 확정된 미래: 정년 퇴임
1. 성도
김균상 교수는 본인이 1999년 民族과文化에 게재한 논문 “종말론의 종교-사회적 기능”에서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의 기능을 흥미롭게 추론한다. 김 교수는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교리가 현 세계에 대한 체념과 절망, 그럼에도 인류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기에 발현하는 주인 의식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한다. 즉, 절망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찾아 행하며 심판의 순간까지 버텨낸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아포칼립스의 기능이다. 이와 같은 믿음으로 유대교 신자들은 2000년간 이어내려 온 수탈의 역사를 버티고 있다. 또한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행하며 개벽을 기다린다는 방식의, 종교를 통한 버팀의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일제강점기 기독교 또는 천도교 계통의 종파들이 민간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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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에는 큰 문제점이 두 가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성도가 아포칼립스를 행하는 심판자에게 심판받을 사물이자 복종자라는 것이다. 즉, 성도는 인류에게 교리를 전파하는 주인공이지만 한편으로는 심판을 받을 피심판자다. 성도는 끊임없이 성직자임과 피심판자임 사이에서 갈등한다. 두 번째는 버팀에 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천지개벽이 오는 순간, 자신이 겪은 모든 역경을 극적으로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은 현재의 슬픔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2. 지나가던 선비
직장인 A는 ‘삶에 목표는 있으나 현재 자신의 삶에 의욕이 결여되었음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목표있는 의욕 결여는 이미 목표를 이룬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자연에서 체화된 살아남기 위한 의욕, 즉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한다. 확정된 미래를 살아가는 삶과 그럼에도 자동적으로 열망하는 미래 개척 의지 사이의 방황이다.
2013년, MBC 예능 <무한도전>의 “관상” 편에서 방송인 노홍철은 한 회사원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그는 회사원에게 “회사원이 뭐요? ... 계급으로 따지면, 천민이냐, 양반이냐?”라고 질문했고, 회사원은 “노비요.”라고 대답했다.
취업준비생이었던 직장인 A는 직장인이 됨으로써 자아실현을 했다. 그러나 A의 자아실현의 결과는 노비가 되는 것이었다. 자아실현의 결과로 자아를 빼앗긴 그는 이 절망감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A는 이 노력의 결과가 전과 같은 박탈감일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아가 ‘지금’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위해, 혹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는 새 직장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A는 직장 사회의 굴레 속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자아가 해방되는 방법은 오로지 65세에 맞이할 정년퇴임을 통한 굴레에서의 해방, 곧 구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말년에 올 은퇴를 통한 해방을 위해 직장의 윤회 속에서 버티고 있다.
3. 미래의 지배
1992년(이장림의 다미선교회 사건), 1994년(해롤드 캠핑의 휴거론), 1997년(천국의 문 집단자살), 1999년(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2000년(밀레니엄버그), 2005년(행성X 설), 2009년(‘엽기 혹은 진실’ 사이트의 예언), 2011년(해롤드 캠핑의 휴거론), 2012년(마야 달력 예언) 등 종말론의 허무한 최후를 우린 질리도록 겪어왔다. 직장인 A의 정년퇴임은 이처럼 허무한 최후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4. 사무실 물품 리스트
아포칼립스 세대를 다루기로 하고 시작한 첫 번째 시도는 아포칼립스 세대가 살아가는 환경, 사무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직장인이 하루의 3분의 1을 할애하는 사무실을 통해 그들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흥미를 유발하기 힘든 이곳의 물건들은 마치 사물로써의 생명을 다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스테이플러, A4규격 용지, 모니터, 노트북, 텀블러, 등 사무실의 물품들은 어쩌면 수 천 명의 직장인들에게 계속해서 허무한 이유로 이용돼 오면서, 사물로서 관찰자에게 심상을 전파하는 개척 본능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
사무실 물품들이 체념 섞인 심상을 내보이는 것은 이 사물들의 심상을 축적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사용자, 직장인의 무감각한 삶이 이 사물들에게 투영되었고, 이 사물들을 보는 나는 무감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무감각과 체념이 직장인들의 사무실 물품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 사물들의 무감각과 체념 섞인 심상은 직장인이 확정된 미래 속에서 느끼는 자아에 대한 절망감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 된다. 즉, 이 물품들이 내뿜는 흥미없음은 곧 직장의 굴레 속에서 무감각해지고 있는 직장인이다.
5. 선비
직장인은 많은 것을 연상시킨다. 때로는 성직자 같기도 하고, 때로는 노비 같기도 하고, 심판자 같으면서 피심판자 같기도 하다. 또는 선비 같기도 하다.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과거 급제를 준비하는 유학생儒學生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합격한 사람을 장원 급제했다고 비유하는 경우도 많으며,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축하한다며 동사무소에서 플래카드를 걸어주는 일이 흔했다. 채용난이 심해짐에 따라 이와 같은 비유는 행시와 사시에 그치지 않고 점차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 채용 합격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그렇게 더 많은 직장인들이 선비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비유가 가벼워졌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실제로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어지간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취준생들이 준비하는 스펙은 유학儒學 공부에 버금갈 정도로 방대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취업이 진정한 자아 평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평가의 결과가 과연 선비인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선비인가?’라는 물음은 직장인이 겪는 자아실현과 그 결과로 얻은 직급 사이의 모순으로 발생하는 절망감을 낳는다. 과거 급제의 결과는 반복되는 아포칼립스의 실패라는 윤회에 입성하는 것이다.
직장인은 태어나기 전부터, 학업을 진행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시도의 실패를 경험한다. “나는 선비인가, 노비인가?”의 투쟁 속에서 정년퇴임을 맞이할 때 그들이 내릴 결론은 무엇일까?
6. 아포칼립스의 연대기
한국의 근현대에서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는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종교가 생겼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사회적 암흑기였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동학농민운동부터 시작해, 구한말의 천도교, 일제강점기 길선주의 <말세론>은 근대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의 예시이다. 이들은 모두 당시가 종말의 시대에 가까웠음을 주장하고, 후천개벽을 통해 역경 속에서 백성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 말하며 민족 해방을 염원한다. 즉, 절망스러운 사회를 심판자가 심판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는 계속해서 생겨났다. 70년대 증산도, 80년대 신천지, 90년대 다미선교회 그리고 IMF 이후 밀레니엄 버그(Y2K)까지, 한국의 근현대가 꾸준히 평탄치 않았다는 것을 이들은 증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는 앞으로는 직장인 A의 자아를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동일 선상의 것이 될 것이다. 역사 속,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종교의 등장은 A의 사사로운 자아 증명이 될 것이고, 후천개벽에 대한 희망은 A의 정년퇴임에 대한 희망이 될 것이다.
2020. 12. 27.
A:I. The decided future: The Future Learning
1. The Apocalypse
Passing every decade, people think that the future imagined seriously in the past has arrived. They also did in 2000 and 2010. And now it is 2020. Is 2020 really the mad future that humankind drew?
Every year, many artists evaluate the contemporary by ruminating on the works made with the current year as a backdrop. The comparison between imagination and reality, which has continued since Baek Nam-Joon's Good Morning, Mr Orwell (1984), is now a lame subject. However, we still are enthusiastic about the apocalypse and long for the coming of more mad futures.
As a generation that has experienced such nihilism and optimism even before birth, I sometimes get confused whether my life is the past, future, fantasy, reality or not. Three years after I was born, the world said it would collapse. A few years later, religious murders occurred countless times, macro-overlapping was observed a few years later, and the world would collapse a year later. Automatically tightening sneakers came out, and humankind found water on Mars, found black holes, and said humans would perish. Following that, the whole human race shared a network and made telepathic reality. And then there were two plagues. Due to fine dust, oxygen was sold, and gas masks were added one by one, and integrated record forms for all humankind were completed, and e-cigarettes were invented. Then, in April 2020, the plague broke out, and people lined up to buy masks every morning. And Trot (the kind of Korean folk song) was famous, and there was a vogue for stirring coffee or eggs 400 times, and a massive mass sexual assault case was found, and all schools in Korea began video lectures.
2020, a little different from what we thought, opened the door with the “lunatic” way enough. The expectations and futility of this insane future that we have faced each year for 2n years are now not exciting but exhausting.
Is the future originally exhausting? Let's compare it with the situation in 2010. Were we still tired of this repetitive novelty? At that time, I was a middle school student, not yet studying arts, and then I was worried about how can I prevent from destroying my life with my school. A year before that, the movie, Avatar (2009) was released and pretended to become a Neo-civilization. And around that time, spreading a rumour that the world would be destroyed in 2012, the movie, 2012 (2009) was released. Moreover, “Cyworld” dropped the curtain in Korea, and “The North Face”, an outdoor brand, conquered Korea. That is right. “The North Face” spread. “The North Face.” Humankind eagerly looks forward to the way we can meet the future like the future, every year. At the beginning of every new decade, wasn't that humankind struggled somehow to resolve the expectation inflated by “How can we live a life similar to the future we dreamed of?” We are making the future and living in the future. And we are tired of the novelty expectations about these stories constantly repeating themselves.
2. The Electronic Cigarette
If asked what the most futuristic product in contemporary society is, I would say the electronic cigarette. It is certain that the electronic cigarette is what humankind would never have imagined in the past. The cigarette no fire, the cigarette needing electric power. The electronic cigarette can be seen as a flow like flying boards or sneakers that tie strings by themselves. Useless but amazing, furthermore, needing electricity, I think that is the futurism. The shapes of the E-cigarette being developed are being designed toward futurism, and the colours are being chosen that of electronic equipment, such as a smartphone or a laptop. The closest thing to the actual future is the E-cigarette, which has never been imagined in the past.
It is also essential to know who the main customer base is using the E-cigarette. Most of the futurist products that have been imagined in the past are still far from or unlikely to be distributed than we imagined. But, because the E-cigarette was never pictured, we all can have it. Imagine the situation office workers huddling in every alley during lunchtime in a financial district of Seoul wearing dust masks and holding E-cigarettes in their mouths. Who could have imagined this in the past? Is not this the crazy future dreamed to us?
The reason the E-cigarette feels the most futuristic is probably because only the undetermined future is the actual future.
3. The Office worker in the Apocalypse generation
Nobody can deny that the 21st century is the period to dream a new leap forward and a collapse. The fantasy about the 21st century built from the 19th century overflowed already before the beginning of the 21st century. And we who have been growing up in expectation and futility about the future became the leading creators of the 21st century. So in what direction are the people, who are huddling in every alley during lunchtime in a financial district of Seoul wearing dust masks and holding E-cigarettes in their mouths, trying to make the contemporary era flow?
How are today’s office workers, tired of failing, living? Are they living well? They live a life that does not require motivation. No longer do they need to struggle to carry out their lives. However, the embodied instinct that they need the motivation to survive in nature makes them fall into contradictions about their lives. Then it makes them more exhausted. The reason they live without the need of their desire is that they live in the future. Their future was decided and confirmed by a number of their forebears, and there is no more need to change it. They have learned constantly the decided future from childhood. Are they not tired of the decided future?
We are not unnaturally living in the future, and we ignore the coming future. Even we cannot feel an appearance of the actual future. Perhaps it can be said that there is no position separated from society as much as the office workers of the Apocalypse generation.
4. The Conversation with Office worker A
A got a job at a public corporation at 20 years old and worked for two years. His goal in his life is to get married, finish educating his children well, and then go down to the countryside to farm when he gets old. He said he had a goal in his life but felt that he was currently lacking motivation for his life. He also has a plan to change jobs. For that, he has been gathering various licenses and studying languages steadily. However, doing something constantly, he still feels heaviness in his life.
A continues to try something to get rid of his lethargy. He sought new hobbies, played MapleStory, the online game, or read books. However, they could not help him. They do not give purpose to life. They are just activities that make him forget life for a while.
His purpose in life is actually the goal that can be achieved if he continues to work as he has. Maybe it can also be said that he has already earned his goal. So that, the motivation of life is not necessary for him. Nevertheless, the motivation to live in nature still remains an instinct for him. On the other hand, in reality, his motivation is not a necessary instinct in that he is already living a designed future. In the differential between instinct and reality, he calls himself an unmotivated person and is depressed.
5. About the Apocalypse generation
It is defined as the generation living while experiencing the content of the apocalypse. Generations living in the future imagined by people in the past and feeling serene in disaster and suffering from insensitivity to the future in the confirmed future. (Here, Apocalypse refers not only to the real Apocalypse prophets and Revelation books but also to the imagination of all kinds of future in the past.)
6. The Decided Future
We are living in the decided future. The decided future induces us to move automatically and produce automatically. And many humans of today are complying with this teaching. Getting tired of sharing the same culture with the public or saying that time flies without knowing how a year has passed is sometimes a moment to recognize that you are living in a decided future. The movements we can do are decided already. The same goes for me. Art movements are also the activities that produce works considered appropriate in the current flow. Since prenatal education, we have been educated about the future, and the future is about to automate more for a more definite future. In the meantime, only a really sudden evolution, like the E-cigarette or gimbap† flavoured jelly, makes us realize that we are conquered in the future.
† Korean dish made from cooked rice and ingredients such as vegetables, fish and meats that are rolled in gim—dried sheets of seaweed—and served in bite-sized slices.
15th June. 2020
A:II. The decided future: retirement
1. Believers
Professor Kim Gyun Sang infers the function of religion dealing with the apocalypse from the paper The Religion-Social Function of Eschatology published in Ethnicity and Culture in 1999 interestingly. He asserts that the doctrine dealing with the apocalypse is the result of a complex manifestation of resignation and despair toward the present world and a sense of ownership that is expressed through attachment to humankind. In other words, the function of the apocalypse is the belief that a new world will open if one can find and do the only thing one can do in despair and endure until the moment of judgment. With this belief, Jewish believers are enduring the 2000-years history of exploitation. Also, we can look at the history of support through religion in Korean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in the form of doing what is possible and waiting for the apocalypse. A typical example would be that the sects of Christianity or Chondoism†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played the role of spiritual pillars of the civilian independence movement.
However, there are two major problems with religion dealing with the apocalypse. The first is that the believers are objects and subjects to be judged by the judges who practice the apocalypse. In other words, they are the main characters who spread the doctrine to humankind, but on the other hand, they are the people who will be judged. The believers constantly struggle between being the priest and being the accused. The second is that their endurance has an ending. There is a belief that when the creation of the new world comes, they will be dramatically compensated for all the adversity they have suffered. But that hope for the future makes them indifferent to the sorrows of the present.
† 20th-century Korean Pantheistic religion, based on the 19th-century Donghak religious movement.
2. A Passing Seon-bi†
A, the office worker, said, “I have a goal in life, but I feel that I am lacking in motivation in my life.” His lack of motivation with goals stems from the conflict between the fact that he is living a life that has already achieved his goals and the fact that he has the will to survive embodied in nature, namely, that he has a purposiveness. It is wandering between a life living in a decided future and a will, aspired automatically, to pioneer the future.
In 2013, broadcaster Noh Hong-cheol interviewed an office worker in the “Physiognomy” episode of MBC’s variety show Infinite Challenge. At the time, he said to an office worker, “What is an office worker? ... In terms of rank, are you a commoner or an aristocrat?” and the office worker replied, “Slave.”
The office worker A, who had been a job seeker, realized his self-actualization by becoming an office worker. But the result of A's self-actualization was to become a slave. Deprived of his ego as a result of his self-actualization, he is looking for another job to relieve his despair. He knows that this effort will result in the same sense of deprivation as before. Nevertheless, he tries to get a new job to recognize that his ego exists “now” and feel that he is alive. He believes that the only way to liberate his ego, which has no choice but to be subordinated to the bondage of the employment, is to be liberated from the bondage, that is, salvation through retirement at the age of 65. Therefore, he is enduring his best in the reincarnation of his job for liberation through retirement in his later years.
† (Scholar) A Confucian term referring to a person or class that embodies the Confucian ideology, especially as a title for a person with knowledge and character.
[Source: Encyclopedia of Korean National Culture (Scholar)]
3. The Domination by the Future
Lee Jang-rim's Dami Mission incident in 1992, Harold Camping's Rapture Theory in 1994, Heaven's Gate Massive Suicide in 1997, Nostradamus' Prophecy in 1999, Millennium burg in 2000, Planet X in 2005, prophecy on the site, The Bizarre or Truth, in 2009, Harold Camping's rapture theory in 2011, Mayan calendar prophecy in 2012, etc.: we have been tired of the futile end of the eschatology. I hope that A's retirement, the office worker, will not be such a futile end.
4. The Office Inventory
The first attempt to deal with the apocalypse generation is to record the environment where the apocalypse generation lives, namely an office. I hope to catch a glimpse of office workers through the office where they spend a third of their day.
However, the objects here, which are difficult to arouse interest in any way, only seem to have exhausted their lives as objects. Office objects such as staplers,
A4 paper, monitors, laptops, tumblers, etc., have been used by thousands of office workers for futile reasons. But, then, have they lost their pioneering instinct to spread impressive senses to observers as objects?
It would be right to accuse the user, accumulating impressive senses of these objects, of the reason office objects display impressive senses of resignation. The insensitive life of the user and office worker was projected onto these objects, and I also feel insensitivity watching these objects. But if this sense of insensitivity and resignation is due to the use of office supplies by office workers, the impressive sense of these objects mixed with insensitivity and resignation is directly related to the sense of despair about their ego that the office worker feels in the decided future. In other words, the lack of interest that these products emit represents an office worker who is becoming insensitive in the wheel of the workplace.
5. Seon-bi
Office workers remind me of many things. They are sometimes like a priest, sometimes like a slave, like a judge, or like an accused. Or they are like Seon-bi, the literati and scholar officers during the Goryeo and Joseon Dynasty.
Students preparing for administrative or bar exams are often compared to Confucian students preparing for the Gwageo, the highest-level state Confucian-based examination, to recruit ranking officials during the Goryeo and Joseon Dynasty. Likewise, people who passed the examination are often compared to passing the Gwageo. Until the early 2000s, it was common for community service centres to hang placards saying congratulations to those who passed the examination.
As the hiring crisis has worsened, such metaphors are not limited to administrative and bar exams but gradually expanded to include hiring large corporations, civil servants, and public corporations. So more and more workers are becoming Seon-bi. But it cannot be said that this metaphor has become lighter because the reality is that finding a job is becoming increasingly complex. The careers prepared by job seekers to become ordinary office workers are becoming vast enough to be second only to studying Confucian knowledge for the Gwageo. Therefore, employment can act as a true self-evaluation for workers and job seekers. However, it is questionable whether the conclusion of their evaluation is indeed Seon-bi. And the question “Am I the Seon-bi?” creates a sense of despair that arises from the contradiction between their self-actualization experienced by office workers and their position obtained as a result. Their result of passing the Gwageo is to enter the cycle of repeated failure of the apocalypse.
Even before they are born, while studying, preparing for a job, and working, they constantly experience failures in their attempts. In the struggle of “Am I a scholar or a slave?”, what will they conclude when they face retirement?
6. Chronicles of the Apocalypse
Religions dealing with apocalypses in Korea's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appear quite often. And if we look at the background of the times in which such religions arose, we can find the commonality that it was a period of social darkness. Beginning with the Donghak Peasant Revolution in the 19th century, Chondoist at the end of the Dae Han Empire, and Gil Seon-ju’s The Theory of Degenerate Age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are examples of religion dealing with the apocalypse that can be observed in modern history. They all asserted that the time was near the end of the age, and they wished for national liberation, saying that the people would be saved from adversity through messianic reformism. In other words, they wanted the judges to judge a desperate society. Even after independence, religions dealing with the apocalypse continued to emerge. From Jeungsando in the 1970s, Shincheonji in the 1980s, Dami Mission in the 1990s, to the Millennium Bug (Y2K) after the IMF, they are proving that Korea’s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has not been consistently smooth.
And such religions dealing with the apocalypse will be in line with the endless attempts to prove the self of the office worker A in the future. In history, the moments of the emergence of religions dealing with apocalypse will be the proof of A's personal self, and hope for the creation of the new heaven and world will become the hope for A's retirement.
27th Dec. 2020